피읖
위키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가리킨다. 귀여운 이름은 하와이어로 ‘빠른’을 뜻하는 ‘wiki’에서 비롯했다.
피읖은 파티 배우미와 스승이 만들어나가는 위키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구홍이 2학년 배우미들과 진행한 글쓰기 워크숍의 아름다운 결과물이기도 하다. 배우미는 자신이 경험한 파티에 관해 편한 대로 하나하나 적고, ‘피읖’이라는 위키의 이름과 ‘피읖하다’라는 동사를 만들었다. 문서를 만들고, 편집하고, 연결하는 등 파티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 동사로 모였고, 피읖은 단순히 파티의 수업이 아니라 파티의 생활, 나아가 파티 그 자체가 됐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글자는 무섭다.
하지만 피읖에서 글자는 무서운 것이기 이전에 쓸모 있는 것이자 놀잇감이다. 피읖에는 엄밀함이 없다. 잘못된 정보나 오타가 있더라도 일단 그대로 둔다. 가장 먼저 알아챈 누군가가 피읖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피읖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기타 등등이다. 그것이 위키가 지닌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항목과 항목을 잇는 하이퍼링크가 특히 두드러진 까닭이기도 하다. 피읖에 단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피읖할 수 있는 이가 피읖하라.’일 테다.
파티에서 쓰는 말, 배곳 입학 정보, 수업과 워크숍 정보, 프린터와 플로터 등 기기 사용법, 달구지 이용법, 배우미와 스승 뒷이야기, 배곳 주변 식당 평가 등을 아우르며 피읖의 모습과 성격은 쓰는 사람에 따라 사전, 매뉴얼, 작업 아카이브, 일기장, 메모장, 낙서장, 작업 공간, 오버룩 호텔 정원 등으로 달라진다.
이런 피읖에도 없는 게 있다. 피읖의 모든 문서는 누가 작성하고 편집했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저장하기 전에 잘못되거나 남에게 피해를 줄 만한 내용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