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용품
파티에는 물건이 많다. 처음 문을 열 때는 버려진 물건이나 중고 물건, 선물받은 물건, 배우미가 직접 만든 물건 등으로 교실과 교무실을 꾸렸다. (물론 새 물건도 있었다.) 학기 중에는 수시로 온갖 물건이 만들어진다. 책과 노트에서 포스터, 책상, 공연용 가면, 작업복, 고사상에 올릴 돼지 대가리까지… 그것을 만든 것 또한 어딘가에서 산, 누군가에게 선물받거나 빌린 물건일 것이다.
새것이든 헌것이든 물건에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 버린 어떤 물건은 1970년대엔 충청북도 중학교 앞 ‘점빵’을, 1980년대엔 ‘육본’ 공보실을, 1990년대엔 ‘홍대 앞’ 프리 뮤직 전용 클럽을 거쳤을지 모른다. 한 학생이 메모 전용으로 쓰는 볼펜은 전 재산을 털어 떠난 미국 여행에서 들른 NASA의 기념품점에서 산 것일지 모른다. 어쨌든 물건은 2013년 지금 파주의 한 디자인 대안 학교에 모였다. 이제는 이곳의 이야기가 물건들에 덧입혀질 차례.
요컨대 파티에 쌓이는, 그래서 파티를 만드는 물건을 선별해 카탈로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야깃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해서 근사할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은 ‘파티용품’? 부제는 ‘물건은 어떻게 학교를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