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초대한 상대에게 전할 이야기 만드는 법
상대의 집을 찾아갈 때 당신 손안의 세상‚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도록 합니다.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구글 맵 등에서 길 찾기 기능을 실행하지 않도록 합니다.
- 상대의 집을 찾아갈 때 몇 번 출구 또는 갈림길‚ 삼거리와 사거리‚ 그리고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선 동네에서 가장 커다랗고 높은 건물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 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커다랗고 무게가 나가 보이는 백팩을 메고 순진한 눈빛으로 YG 사옥을 향해 간다면 누군가의 극성팬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상대의 집을 찾아갈 때 그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해—아파트‚ 빌라‚ 맨션의 이름‚ 또는 주택의 번지수를 거론하며—동네 상점 주인과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당신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내세우는 곳보다는 낯선 이름의 조잡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단순한 간판을 달고 있는 곳‚ 슈퍼마켓과 문방구‚ 철물점과 같이 여러 가지 필요가 동시에 소비되는 곳‚ 외관 유리 벽에 식당 메뉴가 세로로 붙여져 ‘개개개탕탕탕음음’으로 읽힐 수 있는 곳에서 더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상대의 집을 찾아갈 때 길거리에서 쏟아지는—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장면을 관찰해봅니다. 우스꽝스럽게 움직이는 철 지난 풍선 인형의 움직임‚ 작은 일일 식당의 오늘의 메뉴가 적힌 가판대‚ 보도블록 위에 엉덩이를 깔고 나물을 캐는 아줌마 등을 눈여겨보기 바랍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길거리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어떤 것은 오래도록 바라보며—돌아다니는 것에 익숙지 않다면 마치 동네를 거대한 시장이라고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쇼핑한다는 기분으로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 상대의 집 문 앞에 섰을 때 열쇠 구멍에 붙은 “잠긴문열고 보조키시공” 등의 문구가 적힌 열쇠 가게 홍보 스티커를 바라봅니다. 열쇠 구멍이 없는 집이라면 우유 주머니‚ 치킨집 전단지 등 눈앞에 응시할 거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상대가 문을 열어주기 전에 잠시 멈춰 서 그 집을 찾아온 시간을 되짚어봅니다. 낯선 기계음의 초인종 소리‚ 누군가가 키우는 애완동물의 울음소리‚ 또는 잠시 뒤 마주하게 될 상대의 얼굴에 묻혀 그것이 전부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